규탄성명 – 성소수자와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무지, 기만적인 온정주의 아래 사실을 은폐하고 에이즈환자를 두 번 죽이는 조선일보를 강력히 규탄한다!

 

성소수자와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무지, 기만적인 온정주의 아래

사실을 은폐하고 에이즈환자를 두 번 죽이는 조선일보를 강력히 규탄한다!

 

 

11월 30일자 조선일보에는 <다 꺼리는 에이즈환자… 병원 문 닫을 각오로 돌봐>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되었다. 12월 1일HIV/AIDS의 날을 앞두고 작성된 기사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있었던 수동요양병원 에이즈 요양환자들의 현실을 살펴본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사의 진상은 수동요양병원을 ‘에이즈 고령화시대’ 속에서 에이즈환자를 받아주는 유일한 병원으로 의미부여 함으로써 최근 병원의 실태에 대한 당사자들의 증언과 비판을 입막음하는 장치에 다름 아니었다. 더욱이 곳곳마다 에이즈와 동성애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저질의 저널리즘을 가감 없이 답습함으로써 에이즈환자들을 두 번 죽이는 결과만을 초래했다.

 

사회적 소수자를 대하는 보수언론들의 온정주의적 기사는 기만적이다. 당사자의 현실을 드러내는듯하지만 이는 실상 내면의 불합리한 구조와 제도상의 문제를 감추기 위한 허울에 불과하며, 표면적인 현상 자체를 가십거리로 만들어 버린다.이는 사회적 소수자의 삶에 악영향을 미치는 제도와 관행의 변화를 요구하기보다 당사자를 재차 타자화하고 현재의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결론을 낳는다. 조선일보의 기사 역시 사회적 소수자를 대하는 보수언론의 기만적인 온정주의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가령 기사는 최근 인권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문제의 요양병원을 ‘선의(善意)’와 ‘소명의식’으로 포장하면서 그들이 에이즈환자들을 받아주는 유일한 병원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그 속에서 정작 벌어지는 의료행위의 불이행, 에이즈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간병인의 처우 현실 등은 드러나지 않는다. 요양병원 운영에 있어서의 제도 및 관행적 문제와 그 속에서 자행되고 있는 부조리는 은폐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성소수자와 에이즈에 대한 지독한 편견과 무지에 기반하여, 일련의 문제들을 전적으로 에이즈환자의 탓으로 전가시키는 지점에 있다. 단적으로 기사는 병원에서 에이즈환자와 간병인들의 섹스와 자위가 비일비재했다는 점을 들어 이를 ‘쉽게 확인하기 위해’ 화장실문을 잘라 놓았다고 설명한다. 이는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무시하는 병원의 처우를 문제 삼기보다 에이즈환자들이 문란한 동성애자라는 오명을 덧씌우고 동성애자는 모두가 문란하다는 낙인을 찍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아가 기사는 ‘동성애를 하다 에이즈에 걸린 남성들 상당수가 항문이 파열돼 그곳에서 자주 출혈을 한다’라든지, ‘병원에서는 애초 에이즈 병실을 한개 층에 몰아넣으려 했지만 보건당국이 이를 반대했다. 출입통제구역에 남성 환자 수십 명을 모아놓으면 그게 더 의심스러워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라는 문장들을 곳곳에 삽입하여‘동성애=문란=에이즈의 원흉’이라는 뿌리 깊은 동성애 혐오적인 편견을 강박적으로 반복한다. 문제의 근본적인 구조를 외면한 조선일보는 그 책임을 환자들에게 전가하고 에이즈가 동성애자들의 질병이라는 편견을 환자들에게 덧씌우는 저질의 저널리즘을 여실히 실천하고 있는데, 이는 에이즈 환자들을 두 번 죽이는 행위이다.

 

기사가 노골적으로 환자가 아닌 병원의 편에서 기술되어 있는 점 또한 글의 의도를 짐작케 한다. 먼저 시점 상으로 11월 5일 환자와 간병인들의 증언대회와 11월 27일 수동요양병원과 질병관리본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직후에 이 기사가 게재된 사실은 다분히 이 기사가 ‘사건입막음용’이라는 의도를 방증한다. 기사 내용은 아예 그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에이즈 단체, ‘사육장’이라며 병원 비난…환자 보호자들이 오히려 반박>이라는 소제목은 ‘일부 동성애 인권단체와 에이즈 시민단체들이 병원에서 인권유린이 일어나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인권위에 고발’ 했음을 소개한다. 하지만 기사가 표현하는 병원의 ‘시련’은 병원 안에서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는 에이즈환자들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있는 간병인들의 절규에 소위 ‘피해자 코스프레’ 로 일관하는 기만이 아닌가?

 

기사는 이들 ‘동성애 인권단체와 에이즈 시민단체’들의 비난에 대해 에이즈환자 가족들의 반발을 열거하며 병원을 방어하기 급급하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문제에 개별 환자보호자를 방패막이삼아 공격을 피하는 자세는 이미 11월 5일 열린 증언대회에서 수동요양병원이 취했던 치졸한 대응이기도 했음을 익히 알고 있다. 에이즈에 대한 낙인과 편견이 심해 가족들과 단절되기 쉬운 한국사회의 맥락에 환자 당사자가 아닌 보호자들을 앞세워 병원의 문제를 입막음하는 것은 당국의 무책임을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며, 질병당사자가 치료받을 권리를 가족에게 전가함으로써 환자와 가족들 간의 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다. 또한, 이는 수동병원의 인권유린 문제가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할 질병당사자의 자기결정권과 치료받을 권리의 침해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본질을 흐리려는 뻔뻔한 수작일 뿐이다.

 

이어서 기사는 질병관리본부가 ‘해당병원의 위탁취소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을 소개하며 차후 사업을 이어갈 병원이 없다는 점, 병원을 늘리기에도 예산부담이 있다고 설명하며 독자들을 ‘협박’하기에 이른다. 복지제도의 예산배분방식에 있어 드러나는 문제들을 다루기보다 특정 제도 자체에 대한 실행부담에 초점을 맞춰 문제를 교묘하게 비켜가는 방식은 이른바 ‘온정을 베풀고 싶지만 내 돈 나가는 문제’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문제를 방기하는 것인데, 이는 사회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보수언론들이 택하는 일반적인 서술방식이다.

 

최근 감염인 자조모임이 설립되고 활동들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에이즈에 대한 정부와 보수언론의 혐오와 왜곡 또한 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앞서 지난 11월 28일 질병관리본부와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은 ‘관련 단체의 시위가 시민안전에 문제가 된다’는 이유로 ‘세계에이즈의 날 레드리본 희망의 콘서트’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이번 조선일보의 기사는 근래 질병당사자들을 비롯한 에이즈 인권단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정부와 보수언론이 얼마만큼 경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본질적으로는 동성애와 에이즈에 대한 혐오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아니라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혐오가 소수자의 존재를, 소수자들이 건강할 권리를 박탈할 명분이 될 수는 없다. 더욱이 에이즈환자는 혐오와 편견 속에서 일방적인 수혜의 대상만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요구한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를 즉각 폐기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에이즈 인권교육을 실시하라! 에이즈 환자를 기만한 조선일보 박국희 기자는 HIV감염인 에이즈환자들에게 사죄하고 사과문을 즉각 게시하라!

 

2013년 12월 2일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국제인권소식 ‘통’, 노동당 성정치위원회, 동성애자인권연대, 대구퀴어문화축제, 레주파, 망할 세상을 횡단하는 LGBTAIQ 완전변태, 30대 이상 레즈비언 친목모임 그루터기,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연분홍치마,언니네트워크, 이화 레즈비언 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양대 LGBT 인권위원회(준),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개인활동가 칼로, 타리, 토리 등

 

* 11월30일 조선일보 “다 꺼리는 에이즈환자… 병원 문 닫을 각오로 돌봐” 기사 바로가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1/29/20131129020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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