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성전환자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 개정에 부쳐, 트랜스젠더의 인권에 부합하는 성별정정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논평] ‘성전환자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 개정에 부쳐, 트랜스젠더의 인권에 부합하는 성별정정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2월 21일 대법원은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등 일부개정예규」(대법원가족관계등록예규 제550호, 이하 대법원예규) 개정을 의결했다. 2006년 성별정정에 대한 대법원예규가 최초로 제정된 지 8번째 이루어진 개정이다.

대법원은 이번 예규 개정의 이유를 “법원이 재판으로 결정할 사항에 관하여 일정한 판단기준을 제공하는 것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는 조항을 수정하거나 삭제하고, 사무 처리에 필요한 절차적 사항만을 정하도록 함” 이라 했다. 구체적으로는 신청서에 필수로 첨부해야 하던 서류들을 참고서면으로 바꾸고 정신과진단서, 인우보증서를 2통 이상씩 요구하던 부분도 삭제하였다. 또한 제6조 조사사항을 참고사항으로 바꾸어 법원이 구체적 사건을 판단함에 있어 참고할 수 있는 사항 정도로 규정하였다.

개정이유와 같이 대법원예규는 법원이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고려할 가이드라인임에도, 생식능력제거, 외과수술, 혼인 중이 아닐 것 등 매우 엄격한 판단기준을 설정하고 이것이 ‘실질적인 허가 요건’으로 작동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한 신청서에 첨부하도록 규정한 서류들이 지나치게 많아 성별정정 신청을 하고자 하는 트랜스젠더들에게 부담을 가중시켜 왔다. 그렇기에 이번 예규 개정으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들이 간소화되어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의 부담이 줄어든 것은 긍정적이다. 지난 2019년 대법원이 예규 제537호 개정으로 첨부서류에서 ‘부모동의서’를 삭제한 것에 이어 이루어진 이번 개정은 성별정정 절차가 전반적으로 트랜스젠더의 인권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편으로 대법원이 정말로 예규를 통해 ‘사무처리에 관한 절차적 사항만을 정하고자’ 했다면 이번 개정은 부족한 부분이 많다. 그동안 성별정정 절차에서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것은 서류의 부담만이 아니라 서류작성에 관한 정보를 찾을 수 없는 문제, 심문과정에서 판사가 인권침해적인 질문을 하는 문제, 심리가 필요이상으로 길어지는 문제 등 다양한 지점들이다. 그렇기에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은 트랜스젠더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신속, 명료, 접근가능한 성별정정절차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여 왔다. 또한 대법원이 사건에 대한 통계를 파악하고 판사 및 법원 직원들에 대해 인권교육을 실시할 필요성도 지적해 왔다. 그럼에도 이번 예규 개정 과정에서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가 없었고, 단지 서류를 간소화하는 결과로만 이어진 것은 아쉬운 일이다. 대법원이 이후로도 이러한 문제점들을 인식하면서 성별정정 절차를 개선해 나가기를 바란다.

이번 개정으로 그 동안 성별정정에 있어 인권침해적인 요건으로 작동해 오던 조사사항이 참고사항으로 바뀌었다. 이제 각 법원과 판사들은 성별정정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대법원예규의 문구에 따라 경직되게 판단할 것이 아니라, 200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2004스42)의 취지와 인권규범에 따른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2006년 대법원 결정의 핵심은 ‘트랜스젠더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당연히 보장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 성별정정이 필요하며’, ‘성별정정을 함에 있어 단지 생물학적 요소만이 아닌 정신적, 사회적 요소를 두루 고려하여 트랜스젠더 신청인의 법률적 성을 평가하라’는 것이었다. 대법원예규 개정에 따라 각 법원과 판사들이 이러한 지점들을 잘 숙지하고 트랜스젠더 신청인의 구체적인 삶에 귀를 기울이면서 이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결정들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국회의 역할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 예규가 수차례 개정되는 동안 관련 법안은 전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개정이유에서도 드러나듯 트랜스젠더의 인권에 있어 중요한 성별정정을 대법원예규로만 두는 것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올해 초 다양하게 드러난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 트랜스젠더들은 이 사회에서 여러 차별과 혐오를 마주하고 있다. 그렇기에 정부와 국회가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성별정정 특별법을 포함한 관련 법제도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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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