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숭실대학교는 이번 국가인권위의 시정 권고도 무시하고 대학이길 거부할 것인가

[논평] 숭실대학교는 이번 국가인권위의 시정 권고도 무시하고 대학이길 거부할 것인가

 

지난해 2월 28일, 숭실대학교 본부 학생서비스팀이 1학기 개강을 앞두고 숭실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이방인이 학내에 게시하려던 신입생 환영 현수막을 불허하는 일이 발생했다. ‘숭실에 오신 성소수자/비성소수자 모두를 환영합니다!’ 라는 현수막 문구에 ‘성소수자’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숭실대가 내세운 검열의 이유였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 22일, 이 사건에 대해 ‘성소수자 모임에 대해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게시물 게재 불허’는 차별이라는 결정을 내렸으며 숭실대학교에 게시물 게재 불허를 중지하고, 교내 게시물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허나 놀랍게도 숭실대학교를 향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 시정 권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불법과 편법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블랙기업이 있다면, 그간 미꾸라지처럼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무시하고 피하면서 교정 안팎에서 성소수자 차별의 뜻을 강하게 내비쳐왔던 숭실대학교는 ‘블랙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숭실대학교는 지난 2015년에 학내 인권영화제 대관을 돌연 취소해버린 사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린 차별 시정 권고와, 2015년과 2018년 각각 교직원 지원 자격을 기독교인으로 제한하지 말라는 내용의 권고를 거듭 불수용한 바 있다.

인류평화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교육목적으로 한다는 대학이 성소수자 구성원 탄압과 채용차별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건학이념을 핑계로 차별 시정 권고를 이행할 생각은 하지 않고, ‘성소수자의 학내 활동을 허용할 경우 숭실대 구성원들은 동성애가 보편적으로 수용되었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는다’라는 궤변만 늘어놓기 바빴던 숭실대학교는 이번이 학내 구성원들이 학교에 호의를 베푸는 마지막 기회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대학의 건학이념은 교육의 자주성 및 대학의 자율성에 의해 보호받는다고 하나, 그 자율성은 결코 성소수자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할 초법적인 권한까지 부여받지 않으며 건학이념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민주사회의 대학에게 있어서 너무도 당연하고 자명한 사실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를 국제인권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 현재 국제사회의 흐름이며, 우리 헌법 또한 이미 모든 국민은 평등하며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다는 민주사회의 근본적인 이념을 천명하고 있다.

숭실대학교는 이제 변화할 때가 되었다. 숭실대 총장이 친히 국회에까지 나서며 부역해왔던 정당이 지난 선거에서 심판받는 것을 우리는 다같이 목도하지 않았던가. 차별의 언어는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 이번 권고가 마지막이다. 이 마지막 변화의 동아줄을 잡지 않는다면 숭실대에게 다음 기회는 없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썩은 동아줄을 잡고 나서 후회해봤자 숭실대가 갈 길은 밑도 끝도 없는 낭떠러지밖에 없다. 숭실대학교는 더 이상 ‘종립대학’이라는 말 뒤에 숨어 부릴 수 있는 추태의 끝을 보이지 말고, 국가에 의해 인가받은 민주사회의 교육기관으로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 시정 권고를 조속히 이행하라.

숭실대학교가 권고에 답변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지고 있는 한편,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대학과 우리 사회 어디에서든 권리가 빛날 수 있는 모두의 평등한 외침이 메아리치길 바라면서, 우리 곁의 모든 성소수자에게 이방인이라는 수식어가 필요 없어지는 그날까지 무지개행동은 운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1. 05. 02.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