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SBS <보헤미안 랩소디> 동성 간 키스 장면 편집 방영은 명백한 차별이며 검열이다.

[논평] SBS <보헤미안 랩소디> 동성 간 키스 장면 편집 방영은 명백한 차별이며 검열이다.

지난 2월 13일 SBS는 설 특선 영화로 <보헤미안 랩소디>를 동성 간 키스 장면을 편집한 채 방영했다. 2018년 개봉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보헤미안 랩소디>는 밴드 퀸의 리드 보컬이자 성소수자였던 프레디 머큐리의 삶과 음악을 담은 영화다. 그런데 SBS는 프레디 머큐리와 그의 연인이었던 짐 허튼의 키스신 두 장면을 삭제하고 배경 속 남성 보조출연자들의 키스신을 모자이크 처리한 채 영화를 방영한 것이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프레디 머큐리의 음악뿐만 아니라 성소수자로서의 그의 삶을 담은 전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동성 간 키스신을 삭제 또는 모자이크 처리한 SBS는 고인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모두를 모욕한 것이나 다름없다. 경향신문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상파 채널에서 영화를 방영할 때 지나치게 폭력적인 장면이나 흡연 장면을 임의로 편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당 장면을 편집했다고 밝힌 SBS 관계자는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폭력적이고 선정적으로 취급하여 검열하는 태도를 그대로 드러냈다.
방송에서의 성소수자 관련 검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KBS 2TV에서 방영된 <드라마스페셜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은 각 세대를 대변하는 레즈비언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서 방송 이후 반대 여론에 부딪혀 다시보기를 중단하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2010년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방영 당시에는 혐오 단체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2015년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은 심지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인 경고를 받기도 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동성애를 소재로 다루면서 여고생 간의 키스 장면을 장시간 클로즈업해 방송한 것은 방송심의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이때 위반 규정으로 논의된 조항은 방송심의규정 제25조(윤리성) 1항과 제27조(품위유지) 5호, 제35조(성표현) 1·2항, 제43조(어린이 및 청소년의 정서함양) 1항 등이었다.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성소수자인 부분과 아닌 부분으로 나누는 게 불가능하듯,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성소수자 관련 장면을 잘라내는 것은 프레디 머큐리의 삶과 존재 자체를 전면 부인하는 것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나 장면 모두를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태도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그대로 보여주는 검열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보헤미안 랩소디> 편집 방영 사태는 명백한 차별이고 검열이다. 성소수자의 존재는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아니며 성소수자의 존재를 드러낸 이야기는 검열의 대상이 아니다.
SBS는 2018년 천만에 가까운 관객 몰이한 영화를 3년 뒤 설날 특집영화로 방영하기로 결정했다면 동성 연인간의 키스 장면을 편집하여 성소수자들에게 모욕을 주면서 안일하게 문제를 덮는 것이 아니라, 이 영화가 알리고자 하는 메시지를 장면 편집없이 명확하게 전달해야 했다. 그렇지만 SBS는 이번 장면 편집으로 방송국이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을 저버렸다. SBS 윤리강령은 공정성과 다원성을 가치로 명시하고 보도, 제작 종사자들은 모든 프로그램을 공정하게 제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SBS는 보도, 교양 프로그램에서만 다원성의 가치를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방송국 전체 차원에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문화다양성을 어떻게 적극적으로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야한다. 설날 연휴 수많은 성소수자들은 프레리 머큐리가 연인과 나눈 키스 장면이 삭제된 채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방영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마자 사회로부터의 성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무시, 모욕감을 한 순간 경험했다. SBS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판단으로 인해 시청자를 무시한 결과다. 미디어에서의 문화다양성은 무엇인지 SBS 스스로가 고민할 것을 촉구한다.
2021. 2. 15.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