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성소수자 조항 삭제하고 차별과 혐오를 통과시킨 대전시의회를 규탄한다!

성소수자 조항 삭제하고 차별과 혐오를 통과시킨 대전시의회를 규탄한다!

인권과 평등을 쟁취하기 위한 성소수자들의 저항은 계속될 것이다.

 

오늘 대전시의회는 성소수자 조항을 삭제한 대전시 성평등기본조례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9월 16일 담당 상임위원회인 복지환경위원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어떠한 토론도 이의제기도 없었다. 이로써 대전시 성평등기본조례에 명시됐던 “성소수자 보호 및 지원” 조항은 두 달여 만에 사라졌다. 성소수자들과 성평등기본조례 개정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본회의를 방청하면서 최소한 반대 의견이라도 나오기를 기대했지만 대전시의회 의원들은 고요하고 무기력한 모습만을 보였을 뿐이다. 개정안 통과에 항의하는 외침은 바로 제지당했다.

 

자신들이 불과 몇 달 전에 통과시킨 조례를 손바닥 뒤집듯 개정시키는 모습은 한국 사회 민주주의와 지방자치가 허울뿐임을 보여줬다. 일부 보수 기독교의 겁박에 힘없는 소수자들의 존엄과 인권은 손쉽게 버려졌다. 애초에 성소수자 인권보장 조항이 포함된 조례 제정 자체가 민주주의 제도를 경력의 발판이나 지역유지들의 감투쯤으로 여기는 이들의 안일함이 불러온 해프닝이었다고 봐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 통과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일이다. 성소수자 조항 삭제가 그 자체로서 성소수자 존엄과 인권을 모욕하고 짓밟은 처사일 뿐만 아니라 이미 제정된 인권 보장 조항도 삭제할 수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성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강화하기 위해 성소수자 인권을 법제도에서 삭제하려고 기를 쓴 반인권 차별 선동 세력에게 날개를 달아준 꼴이다. 대전시 측은 성소수자 조항을 삭제해도 헌법과 국가인권위법으로 성소수자 인권이 보장된다고 말했지만, 성소수자 반대 운동은 이제 대전시 사례를 디딤돌 삼아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을 밀어붙일 것이다.

 

대전시장과 대전시의회 의원들은 자신들이 차별과 혐오를 통과시키는 부끄러운 짓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성소수자는 양성평등기본법의 대상이 아니라며 대전시 성평등기본조례 개악을 주문한 여성가족부 또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012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유엔 뉴욕 본부에서 열린 <호모포비아에 대한 투쟁에서 지도력>에 관한 행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론에 맞서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전 이해합니다. 하지만 대다수가 특정 개인들을 못마땅해 한다고 해서, 국가가 그들의 기본적 권리를 보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취약한 소수자들을 적대적인 다수자들로부터 보호할 것을 요구합니다. 민주주의는 다양성 위에서 번창합니다. 정부들은 편견을 부채질하는 것이 아니라 편견과 맞서 싸울 의무가 있습니다.” 대전시와 대전시의회, 여성가족부는 성소수자 인권을 유린했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것이다.

 

참담한 현실 속에 희망은 성소수자들의 저항과 인권의 원칙에 공감하는 이들의 연대에 있다. 대전에서는 성평등기본조례 개악에 맞서 성소수자들이 항의 운동을 벌였고, 시민단체, 인권단체, 진보정당, 종교계 등에서 연대가 구축됐다. 성평등기본조례 개악이 대전 지역 성소수자 인권 활동의 마중물이 된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망쳐놓은 성평등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성소수자들의 존재와 자긍심은 조례상의 문구처럼 삭제되지 않는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대전시와 대전시의회의 성평등기본조례 개악을 강력히 규탄한다. 인권과 평등을 향한 성소수자들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2015년 9월 18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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