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정치인, 공무원의 [논평] 성소수자 혐오표현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표명 결정, 이제는 평등을 위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방송국, 정치인, 공무원의 성소수자 혐오표현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표명 결정, 이제는 평등을 위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오늘(9.1.)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책을 요구하는 3건의 의견표명을 하였다. 각각 방송국, 정치인, 공무원에 의해 이루어진 혐오표현들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성소수자 혐오와 편견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들이다.

 

첫 번째 인권위 결정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진정한 것으로 SBS가 올해 설 특선영화로 ‘보헤미안 랩소디’를 방영하면서, 주인공 프레디머큐리가 동성 애인과 키스하는 장면을 삭제한 일에 대한 결정이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SBS가 동성 간 키스 장면을 삭제 또는 모자이크 처리한 행위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유해한 집단으로 인식하게 할 우려가 있고, 이는 방송심의 및 편성에 있어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관념과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두 번째 결정은 지난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에 안철수 예비후보가 TV 토론에서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질문을 받자, 본인이 믿고 있는 것을 표현할 권리도 있지만, 그런 것들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하면서 도심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것을 반대한다고 한 발언에 대한 것이다. 이에 대해 “퀴어문화축제의 역사적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국민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며 사회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선거기간 중 성소수자에 대해‘거부할 권리’, ‘보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관념과 편견을 확산시키고 차별로 이어지는 효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안 후보의 위 발언을 혐오표현으로 보았다.

 

마지막 결정은 역시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시 공무원 17명이 후보자들에게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를 개최하는 것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힐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낸 것에 대한 결정이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이 사건 성명서는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음란한 행위’, ‘혐오감을 주는 행위’, ‘퇴폐적인 축제’, ‘정서적인 폭력’ 등으로 묘사하고 있고, 이는 성소수자 집단에 대한 부정적 관념과 편견을 의도적으로 확산시키고 혐오·차별을 확대·재생산해 차별을 선전·선동하는 것으로,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을 이용하여 대중들로 하여금 적대감이나 증오심을 갖도록 유도해 다양한 구성원의 평화로운 공존과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혐오표현”이라고 판단하였다.

 

위 사건들은 공중파 방송, 시장선거 후보자, 시청 공무원과 같이 사회적인 영향력이 크며 그렇기에 특히나 헌법과 법률에 따른 인권의 원칙을 지켜야 하는 이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 해악이 크다. 그렇기에 이를 인권위가 혐오표현이라고 보아 개선을 촉구하는 의견을 표명했다는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할 것이다.

 

한편으로 이와 같은 사례들은 얼마나 한국 사회에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만연해있는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또한 이러한 혐오표현들은 단지 행위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결과이다. 그런 이유에서 인권위가 직접 행위자들만이 아니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권고한 것은 의미깊다 할 것이다. 각 기관들은 이러한 인권위의 의견표명을 유념하고 혐오표현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관련 제도 개선, 모니터링, 교육 등의 조치를 다하여야 할 것이다.

 

지난 2020년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73.6%가 ‘성소수자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한 존재’라고 답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성소수자는 그 존재 자체가 지워지고 이를 드러내는 축제에 대해서마저 지속적 혐오표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그간 차별금지법 제정을 유예하고 성소수자를 비롯한 모든 이들의 평등을 위한 조치를 다하지 않은 정부, 국회, 지자체에 큰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더 이상 위와 같은 혐오표현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비롯하여 보다 근본적으로 차별의 구조를 바꾸기 위한 대책 등이 이루어질 것을 촉구한다.

 

2021. 9. 1.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