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6,7일 GALE 코디네이터 Peter와의 워크샵-녹취록

5월 6,7일 GALE 코디네이터 Peter와의 워크샵-녹취록 by 르헨

1. 유엔 등 국제연대기구 이해

학교 가는 것뿐만 아니라 학교를 계속 다닐 권리도 중요합니다. 학교를 중간에 자퇴하지 않고. 그리고 아동권리규약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자신을 표현할 권리도 가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따지자면 성소수자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커밍아웃할 권리가 있는 것이죠. 여러 인권 규약에서도 학교를 다니려면 복지와 건강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여러분이 아침 식사를 못 한다거나 아니면 HIV에 감염이 되었는데 제대로 치료를 못해서 아프다고 하면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없겠지요. 그리고 아까 이야기한 그런 것들은 학교 바깥에서 나를 건강하지 못하게 행복하게 못하게 하는 것이지만 한편 학교 안에서도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바로 학교 안에서의 괴롭힘 때문에 나의 행복과 건강이 침해당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지 않는 것도 인권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 상황과 상당히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체벌은 인권 규약 체제 하에서 허락되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다 지켜진다면 학교에서 학생들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겠지요.

지난 10년간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못한 건데 새천년 개발 목표라는 게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빈곤을 퇴치하고 사회 발전을 만들기 위해서 국제 사회가 합의한 8개의 큰 목표가 있는데 그 중에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인 교육을 받을, 특히 초등교육을 받을 권리가 두 번째 목표거든요. 지난 2000년부터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그것을 전 세계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실제로 아이들의 취학률도 많이 향상이 되었는데 문제는 아이들이 학교에는 갔는데 실제로 학교에 가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UN의 차원에서는 이제 그동안 새천년 개발 목표-교육권을 포함해서-이것들이 얼마나 잘 달성되었는지를 평가하면서 앞으로 새로운 국제 개발 목표를 세우려고 하고 있는데요. 그 논의 중에서 나온 이야기 하나가 뭐냐면 그 전까지는 목표가 ‘모든 사람에게 교육을 제공하자’가 목표였다면, 이제 그 구호를 버리고 ‘모든 사람에게 배움을 제공하자’로 바꾸자고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의의 변화가 성소수자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성소수자 청소년들이 만약 예전의 목표, ‘모든 아이들에게 교육을 제공하자’라는 목표 하에 학교에 다닌다면, 그냥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말 그대로 학교에만 나가는 겁니다. 하지만 만약 ‘모든 사람들에게 배움을 제공하자’로 국제 개발 목표가 바뀐다면 과연 어떤 것들을 학생들이 배워야 할 것이냐, 라는 논의가 일어나게 될 거고 그럼 그 논의 과정에서 성소수자에 대해서 배울 권리가 중요하게 여겨질 거고 그러면서 성소수자들이 드러나게 되고 성소수자 아이들에 대한 어떤 처우도 달라지겠죠.

하지만 아까 얘기했던 그런 부분들은 상당히 논쟁적인데 왜냐하면 무엇을 배울 것이냐는 논의로 넘어가게 되면 이제 논의가 학생들의 권리에서 커리큘럼, 학교 교과과정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국가들은 이것을 자신들의 주권 내지는 자신들의 문화, 종교, 자국의 고유한 정치, 이런 것들로 교과과정을 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UN이 이거 가르쳐라 저거 가르쳐라 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죠. 그리고 실제로 몇몇 국가들이 연합해 전통적인 가치 로비라는 국가 그룹을 형성해서 이런 변화들을 막으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 국제적인 연합에 속한 나라들은 일단 바티칸이 있고요, 그 다음 아랍 국가들, 그 다음에 러시아, 그리고 미국의 전통적인 보수 교단 교민들이 있습니다. 이 나라들을 다 합치면 UN의 15%가 되죠. 그래서 우리가 참 흥분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죠.

교과과정 문제로 넘어가면 하나 중요하게 다뤄야하는 문제가, 내가 찾고자 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중요한 내용이 어떤 인권 규약에는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UN이 보기에 이 문제는 굉장히 자명한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나라들이 정보를 검열하거나 왜곡하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역사 왜곡이 일어나기도 하고, 아니면 성이나 동성에 대해서 올바른 정보를 접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들이 많지요. 그렇기 때문에 교육과 정보에 대해서 모든 사람들이 접근권을 가질 수 있게 해달라는 투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서든, 오프라인을 통해서든 어떤 식으로든지. 언론은 우리의 적도 될 수 있고 친구도 될 수 있는데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언론이 정보를 왜곡해서 주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언론 스스로도 이런 정보를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인권 규약 체계에서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는 건 사람들이 자신들의 권리 자체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인권이 뭔지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는 거죠. 이것은 인권 규약 몇 조 몇 항이 어떻다는 것을 암기하는 것 그 이상을 의미합니다. UN 자체가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는데 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 국가들이 뭉친 이유가 뭐냐면 전쟁 기간동안 인구 안의 큰 집단들이 정말 개취급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수용소에 들어가기도 하고 단체로 죽임을 당하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제 다시는 시민들이 그러한 인권침해를 당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UN이라는 전쟁 예방 기구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인권의 핵심이라는 것은 사실 관용과 평화 그리고 교육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냐면, 우리 모두 다 서로를 평화롭게 대하고, 어떤 분쟁 상황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고, 분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안전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당연히 이런 인권의 기본 개념은 성소수자 운동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데요. 우리가 우리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면 사람들이 굉장히 뭐라고 할 텐데, ‘우리가 우리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이고 너희들은 그것을 관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사실 근데 이 교과과정 부분에 보면 세부적인 내용이 별로 없는데요, 왜냐면 UN에서 국가들한테 굉장히 세부적으로 이걸 가르쳐라 저걸 가르쳐라 명령을 내리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세한 구체적인 권리의 내용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 와중에 UN이 하나 특기사항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게 뭐냐면, 교육이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학교에서 하는 정규 교육이고, 하나는 비정규 교육입니다. 비정규 교육은 학생들이 서로에게서 배우는 그런 것을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비정규 교육도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클럽에 가입할 수도 있고, 어떤 스포츠 활동이나 음악 등 취미 활동을 할 수도 있고, 아니면 파티를 할 수도 있겠죠. 하여튼 어떤 식으로 하던 간에 이 모든 방식을 통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우게 되죠.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것은 인간성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고 인권의 기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비정규 교육이 교육권의 핵심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소수자들한테 이것은 어떤 의미를 갖느냐면요, 성소수자들이 만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있다고 한다면 여러분이 비정규 교육을 받으면서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 그런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됩니다. 이 비정규 교육에 대한 항목은 원래 UN이 어떤 학습장애가 있거나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위한 권리입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든가 들리지 않아서 선생님 말을 들을 수 없다든지 이런 학생들한테 비정규적인 배움이 필요하겠죠. 그래서 원래 의도는 그거입니다. 비정규 교육에 대한 권리 내지는 교육과정에 대한 권리가 장애인들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비정규적인 배움이 가능하게 하려면 특정한 장애, 특정한 필요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자원과 지지가 필요하겠죠. 예를 들어서 눈이 안 보이는 학생들에게는 책을 읽을 수 있게 점자책이 주어져야 한다든가.

근데 요즘 UN에서는 장애인 학생만 특정해서 얘기하지 않고요, 취약한 학생들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왜냐면 이제는 신체장애가 있는 학생들만을 위한 교육권이 아니라 어떤 부분에 취약성을 가지고 있는 모든 학생들에 대한 보편적인 교육권이기 때문에 그렇게 얘기합니다. 지난 10년간 학교 현장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왔냐면요. 장애 학생만 문제 있는 게 아니다, 지능이 너무 낮거나 지능이 유달리 뛰어나거나 어떤 식으로든 질병이 있거나 아니면 종교적으로 문화적으로 소수인 학생들도 장애 학생들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모든 취약한 학생들이 다 자기 각각의 취약성에 대응하는 지지와 자원이 필요하고요, 이런 지지와 자원이 필요한 교육을 포괄적인, 포용적인 교육이라고 부릅니다. 2008년에 유네스코가 교육권에 관한 국제회의를 개최하면서 포용적인 학교(inclusive school)이란 말을 내세웠는데 이러한 학교 안에서는 모든 학생이 차별 없이 공부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렇게 되면 우리한테 상당히 재밌는 일이 벌어지겠죠.

이제는 좋은 선생님을 만날 권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선생이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선생이 가르칠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언제나 사실인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저는 한국에서 선생님들이 단지 지식을 전수하는 방식으로밖에 가르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문제는 다른 아시아 국가에도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학생들이 지식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술도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지금 여러분이 지금 하는 것처럼 책상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팔짱을 끼고 있다면 사회에 나가서 필요한 관계 맺기라든가 자기의 의견을 표현하는 방법은 배우지 못하게 되겠죠. 그리고 요즘 이런 사회적인 스킬이 중요하게 대두되는 이유는 바로 세계화 때문입니다. 세계화가 되면서 사실 필요한 정보들은 웬만하면 인터넷에서 다 찾아볼 수 있게 되었지만 다른 사람과 관계 맺기 위한 기술, 나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기술은 다른 사람과 직접 접촉하고 서로 교류하면서만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국가들은 아무래도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겠죠.

이건 교육권 조약에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학생들을 지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한다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왜냐면 선생은 단지 지식을 전달해 주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학생들과 상호 교류를 하는 사람이고 특히 약한 학생들을 위해서 어떤 식으로든 지지를 해줘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한 가르칠 능력, 두 번째 이야기한 누군가를 지지해 줄 능력 이 두 가지를 합치게 되면, 적절하게 조화되면 학교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협조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이유는 뭐냐면, 교사들은 혼자서 일하는 게 아니라 언제나 팀으로써 일하게 됩니다. 협동해서 일하기 때문에 학교의 분위기가 학생에게 안전해지거나 안전해지지 않거나 하는 것은 한 교사가 나빠서가 아니라 교사들 전반적으로 어떤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학교에서 괴롭힘이 일어나면 그건 특정한 한 교사가 아이들을 방관했기 때문이 아니라 교사들이 전반적으로 아이들을 방관했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이런 선생님을 만날 수 있으려면 선생 스스로가 더 긍정적인 태도를 가져야 되겠죠.

근데 이런 내용도 교육권 조약에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UN이 보기에 선생이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건 되게 당연한 일이니까요. 그리고 정규 교육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선생들 스스로가 차별받지 않을 권리도 굉장히 중요한데요. 왜냐하면 예컨대 이 선생님들이 성소수자 학생들을 보호하고 싶어도 성소수자를 보호하는 선생이면 ‘저 선생도 동성애자 아니냐?’ 하는 의혹에 시달리고 선생 스스로가 박해를 당할 수 있게 되겠죠. 이 내용이 조약에 없는 것은 사실 이 선생님의 보호에 관한 것은 선생님의 노동권에 관한 조약에 들어있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노동권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교육권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그래도 교육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수많은 아름다운 권리들이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지 어떻게 체크할 거냐. 그래서 이 색깔별로 체크를 해놓은 게 굉장히 중요한 거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색이 진한 것, 색이 빨간 것은 잘 모니터링 되고 잘 지켜지고 있고 반면에 색이 좀 퍼렇고 옅은 것들은 잘 안 지켜지고 모니터링이 잘 안 되는 그런 분류들이라고 합니다. 얼마나 더 빨갛게 만드느냐가 중요하겠죠. 지금 UN 체계 하에서는 이 두 가지를 모니터링 하는 체계가 두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교육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협약이고요, 두 번째는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이라는 것이고요. 이 두 가지를 체크하는 것은 유네스코가 책임지고 있습니다. 아까 이야기한 차별금지규약에서는 스스로를 표현할 권리와 행복과 건강에 관한 밑에서 왼쪽에 세 번째랑 네 번째 이 두 가지를 체크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오렌지색으로 되어있는 가르칠 능력은 유네스코의 모든 사람을 위한 교육에서 모니터링 하고는 있지만 빨간색이 아니라 오렌지색인 이유는 모니터링을 대충 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지켜지고 있는지 아닌지 측정하는 유일한 기준이 교사들이 교육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그것뿐이라고 하네요. 그 외의 다른 색깔들로 표시되어 있는 권리들은 온갖 조약들에 명시가 되어있긴 하지만, 제대로 모니터링 되지도 않고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고 있습니다. 어떤 것들이 잘 지켜지고 어떤 것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지를 보면 UN이 무엇을 우선시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빨간색으로 된 것들이 UN 체계에 지금 UN 체계가 우선시하는 가치들이기 때문에 유네스코에서도 괴롭힘을 없애자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괴롭힘은 학교 중퇴와도 관련되고 학생들 행복과도 관련이 되기 때문입니다. 일단 괴롭힘에 집중을 하게 되면 굳이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게 되죠.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은 다 괴롭힘을 싫어하고 폭력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똑똑한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어떤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제대로 된 틀에 넣는 게 참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전부 다 활동가들이기 때문에 동성애 혐오라든가 트랜스 혐오라든가 동성애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라든가 성차별주의라든가 이성애중심주의라든가 가부장제라든가. 이 오렌지색으로 표시된 것들은 우리가 활동가로서 익숙하게 쓰는 단어들인데 저 파란색 안에 있는 표현들은 이제 UN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들입니다. 유네스코에서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건강이라는 틀 안에서 다뤄집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는 HIV가 이슈였기 때문이죠. 지난 5년간 많은 발전이 있었는데요, 일단 HIV 감염 예방에 대해서는 남성과 관계를 맺는 남성들(MSM)에 대한 차별과 낙인이 없어지지 않는 한 효과적인 예방이 힘들다는 인식이 퍼져 있으면서 낙인에 대해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콘돔을 수백만 개 나눠줘도 사람들한테 낙인이 없어지지 않는 한 제대로 된 예방을 할 수가 없겠죠.

하나 유의해야 할 점은 낙인(stigma)이란 표현이 차별(discrimination)과 같지 않다는 점입니다. 차별이란 말은 인권과 관련되어서 쓰이는 말이고, 낙인이란 말은 건강․보건과 관련되어서 쓰인다고 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UN에서 원하는 건 포괄적, 포용적인 학교인데요. 이런 학교는 차별이 없는 학교를 의미합니다. 차별이 없는 학교라면 인권 침해도 없어야 되고 또 학생들이 건강해야 하고 낙인도 없어야 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포용(inclusion)이란 말은 인권 분야와 보건 분야, 양쪽에서 다 의미를 갖는 중요한 말입니다. 하나 재미있는 조언을 해줬는데요, 한국 정부나 지방 정부를 대상으로 정책 활동을 할 때는 포용이란 말을 쓰고 동성끼리 서로 끌림을 느끼는 사람들까지 교육에서 포용해줘야 한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 게 좋겠다. 차별하지 마라, 배제하지 마라 이런 말보다는 포용이라는 UN에서 쓰는 말을 쓰는 게 좋겠다고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인권교육이란 말을 쓸 수도 있지만 조금 더 부드럽게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면 예를 들어 관용교육이라든가 평화교육이라든가 아니면 갈등 해결 이런 표현을 쓸 수도 있겠죠. 그리고 교육 담당자들이랑 얘기할 때는 교육의 질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게 좋습니다. 우리가 이런 걸 원하니까 해 달라, 라기 보다는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이런 식으로 접근하라고 얘기하네요. 그렇게 하면 긍정적인 사람으로 보이지 누군가에게 극단적인 것을 강요하는 활동가로 보이지 않을 거라고. 이 초록색으로 표시된 단어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여러분의 말을 듣게 하는 중요한 키워드들입니다. 예를 들어 성차별주의 대신 여자 아이들을 위한 접근성 강화라고 얘기한다든가 가부장제 대신 성적 균형이라고 얘기한다든가. 아니면 동성애자 대신 취약 집단이라고 얘기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단어를 쓴다든가.

지금 쓰는 슬라이드는 평소에 이 분이 교육용으로 갖고 다니는 여러 개의 슬라이드를 조합해서 만든 요약본이거든요. 그래서 전체 버전은 오늘 다 공유해 주시고 가셨습니다. 필요하신 분은 나중에 공유 받으시면 됩니다. 저작권 같은 거 필요 없으니까 잘 갖다 쓰라고 하시네요.

2. 현재 한국의 단계

지금까지는 몇 가지 요령 같은 걸 말씀드렸는데요, 이제부터 이야기 할 것은 우리가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어디로 갈 것인가를 이야기 할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국가들이 어떤 세 가지 단계에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지금 이 단체에서는 국가들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처음에는 부정하는 나라들, 모호한 나라들, 마지막으로 지지해 주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일단 부정하는 나라들에서는 성적 다양성에 대해 어떤 얘기든 간에 다 금기가 되겠죠. 이러한 나라에서 활동가들이 취해야 할 전략은 기반을 다지는 거죠. 그러니까 같은 지향성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을 만들어서 이 사람들을 긍정할 수 있는 지지 기반을 만드는 것, 그 다음에 우리 내부에서도 국가라든가 사회 차원에서 성소수자들이 존재한다 이런 식으로 인지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략입니다.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 첫 번째는 자력화하고 두 번째는 증거를 수집하고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일입니다. 일단 자력화같은 경우는 사람들 간의 상호 신뢰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익명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안심하고 믿게 되고 그 다음에 비밀스럽게, 위험 없이 자유롭게 모일 수 있고 그 안에서 안전하게 관계를 맺어 간다면 하나의 자력화 기반이 되겠죠. (질문: 익명성을 보장해서 신뢰를 얻는다는 게 예를 들면…….) 예를 들어서 인도네시아의 사례를 들여주셨는데, 인도네시아에서는 스토리텔링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친구일 수도 있고, 친구의 친구일 수도 있고, 이런 사람들을 찾아가서 자신의 동성애자로서의 경험을 밝히는 거죠. 인도네시아 사람들 스스로가 게이나 레즈비언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갖고 있진 않고 그냥 자기 정체성에 굳이 이름을 붙이진 않지만 그래도 그런 경험은 갖고 있는 거죠. 그런 경험을 누구한테 찾아가서 얘기하는데 만약 상대방이 이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이 얘기를 어디 가서 내 이름을 함부로 발설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 관계가 형성되면 익명성을 보장하면서도 신뢰를 쌓아가는 그런 관계가 되겠죠. 그리고 누군가 이런 얘기를 털어놓기 위해서는 한 번에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세 번이나 네 번이나 사전 모임을 가진 다음에야 비로소 털어놓게 되는 그런 일들이 많습니다. 그러면서 서서히 신뢰를 쌓아가는 거죠.

두 번째 단계가 모호한 국가인데요, 이 모호한 국가에서는 일단 공식적으로 동성애가 금지되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지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요. 이 단계에서는 성소수자 그룹들이 생겨나고 점차 성장하면서 아까 이야기했던 비정규적인 교육을 제공하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웹 사이트를 만들 수도 있고 사람들을 만나가면서 조직할 수도 있고 아까 이야기한 스토리텔링을 할 수도 있고 정말 조금 더 많이 세력화가 된 경우에는 진짜 직접 학교로 찾아가서 교육을 제공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런 활동들을 국가도 알고 있습니다. 알고는 있는데 어떤 때는 그냥 내버려 둘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조금 지지해주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는데 국가의 태도는 굉장히 많이 왔다 갔다 합니다. 그리고 이 왔다 갔다 하는 태도가 국가 정부 안에 지금 누가 앉아 있느냐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고 심지어 (여기가 잘 안 들리네요ㅠㅠ)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다들 공감하시죠?

왜 이 국가들이 모호한 상태에 들어가게 되느냐, 처음에 부정 국가 단계에서는 동성애를 변태이고 이상하고 역겹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 단계에 들어오게 되면 국가 안에서 “동성애할 수도 있지 뭐, 뭐가 이상해?” 이런 식으로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생겨나기 때문에 이런 모호한 상태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성소수자 운동 진영이 주로 하는 것은 이런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끌어들이면서 성적인 다양성이 정상적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이 사회에서 정상화시키려고 많이 노력하죠. 그리고 LGBT 단체들이 연대해서 공동으로 이런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성소수자 안에서도 게이만 있는 게 아니고, 레즈비언만 있는 게 아니고 굉장히 많은 성소수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도 이 단계에서 많이 진행됩니다. 또 이 단계에서 성소수자 운동 진영들이 많이 하는 게 뭐냐 하면, 정책을 주류로 진입하려는 시도를 많이 합니다. 물론 이런 성소수자 단체들이 다른 단체들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게 아니라 정부나 이런 데를 찾아가서 이런 것을 해달라고 요구를 시작하는 거죠. 정책 활동을 시작하거나 아니면 학교를 찾아가서 이러한 것을 교육해달라고 하는 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일단 1단계 부정 국가에서의 전략이 우리가 여기에 있다, 라고 보여주는 것이었다면 이제 2단계 모호한 국가에서의 전략은 협력입니다. 주로 교육 시스템에 있는 사람들과 성소수자 운동의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게 되는데, 물론 이 모호한 단계도 상당히 깁니다. 상당히 길기 때문에 모호한 단계 초기에서는 주로 교육 담당자들에게 찾아가서 이거해라 저거해라 막 항의하고 시위하고 그런 일이 있지만 이 시기가 더 지나면 양쪽 다 외교적으로 변하죠. 좀더 외교적으로 변하고, 성소수자 운동 쪽에서 정부 교육 시스템의 언어를 차용하기 시작하고. 양쪽에서 서로에게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쓴 전략은 아까 얘기한 거랑 좀 비슷한데요, 일단 교육 시스템에서 우선시하는 게 무엇인지를 찾아본 다음에 그것들을 우리가 우선시하는 것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는지 찾아보는 겁니다. 우선순위를 찾기 위해서,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하는 활동들이 뭐냐면 인지 재고 활동입니다. 인지 재고 활동은 뒤에 나올  3단계지지 국가에서도 많이 쓰입니다. 또 하나는 우리의 요구를 반영하는 교육 과정과 교사 교육을 실시할 수도 있겠죠.

마지막으로 3단계 지지하는 국가 단계에 들어오면 성소수자 정책을 국가 수준의 지지로 끌어올려라, 라고 하는 게 가장 주된 목표가 되고요. 그리고 성소수자 운동 진영과 정부가 공조해서 성소수자들을 더 넓은 정책의 맥락 안에 위치시키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도 역시 정부, 특히 교육 분야와 성소수자 운동 진영이 협력을 하게 됩니다. 협력의 목표가 2단계에서와 3단계에서가 좀 다릅니다. 2단계에서는 교사 교육이나 교과 과정을 위해서 협력을 했다면 이제는 좀더 본격적으로 성소수자와 관련된 이슈들을 사회 시스템 안에 통합시키기 위한 협력을 하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 종종 보게 되는 것은 성소수자 운동 진영과 주류 교육 시스템간의 연합인데요, 이런 연합은 정부의 정책과 예산으로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연합이 형성되면 연합에서는 1년의 통합 프로젝트를 실시하게 되는데 이런 통합 프로젝트를 실시하게 되면 단순히 성소수자 LGBT를 위해서 교사 교육을 달랑 하고 끝인 게 아니라 모든 교사 교육에 성소수자 이슈를 포함시키는 그런 일을 하게 됩니다.

질문: 두 번째 단계와 세 번째 단계의 전환점 같은 게 어떤 게 있는지…….

두 번째에서 세 번째로 넘어가는 게 딱 언제다, 라고 정해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제가 보기에 굉장히 중요한 전환점은 차별적인 법안을 철폐하는 것입니다. 국가가 모호한 국가인지 지지하는 국가인지를 판별하려면 법과 가이드라인 같은 제도적인 부분이랑 대중의 생각, 의견 이런 것을 균형적으로 놓고 봐야 하는데 사실 대중의 의견이란 건 천천히 변하기 때문에 어느 순간 우호적으로 바뀌었다고 판단하긴 힘들죠. 하지만 법이나 제도 같은 것은 어떻게 보면 일시에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차별적인 법안이 철폐되었다는 게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어떤 사회의 변화 시점이 법이 차별되거나 제정되는 시점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유럽 같은 경우에는 대중들의 의견이 우호적으로 바뀌면서 차별적인 법안들이 철폐되었는데 반명 중남미에서는 오히려 대중들의 의견을 앞질러 나가는 법과 제도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있습니다. 학자들 사이에서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논의가 분분한데 본인의 생각에 따르면 일단 중남미처럼 오랫동안 전체주의가 계속된 나라들에서는 정권이 사실 쉽게 바뀌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들은 법이나 제도를 바꿈으로써 변화를 강제하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떨 때는 법이 사람들보다 앞서 나갈 때도 있고 법이 사람들보다 더 뒤쳐질 때도 있고. 하지만 반면에 유럽처럼 민주주의가 오래된 나라들은 정치가들이 사람들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듣고 과반수가 지지를 하기 전까지는 법을 잘 안 만들려고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법이나 제도가 사람들의 생각에 비해서 한 발짝 늦게 따라갑니다.

질문: 국제 사회나 UN같은 데서 한국의 LGBT 상황에 대해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일단 비공식적인 논의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고 공식적인 논의는 보편 정례 검토를 통해서 이뤄지고 다들 UPR에 대해서 아시면 설명을 안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보편 정렬 검토는 UN 회원국에 대해서 4년에 한 번씩 이 국가들이 인권조약을 잘 지키고 있는지 UN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강제하는 그런 UN에서 참 드문 제도입니다. 이 제도의 특성은 4년에 한 번씩 모든 국가들이 받고 그 다음에 이 제도를 통해서 NGO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기회가 주어집니다. 작년 같은 경우는 한국이 보편 정렬 검토를 받았고요, 그리고 보편 정렬 검토 때는 UN 이사회뿐만 아니라 다른 회원국들도 권고 의견을 줄 수 있는데 한국은 대부분의 권고 의견을 수용하겠다고 이야기를 하긴 했습니다. 어떻게 될지는 일단 지켜봐야죠. 한국 같은 경우는 특별히 UN에서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 논란이 되는 나라는 아니라고 하고, 대부분의 인권 조약을 준수했기 때문에 국제적인 기준에서 봤을 때는 비교적 진보적인 그룹에 속한다고 합니다. 물론 진짜 진보적인 건 아니겠지만, 이라고 말씀하시네요.

3. 스토리텔링 활용하기

우선 한 가지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하겠습니다. 스토리텔링을 왜 하는가, 그것이 교육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라는 질문입니다. 스토리라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단지 이거 했다 이거 했다 사건만 나열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그것과는 다른 진정한 스토리, 의미가 담겨있는 스토리겠죠. 예를 들면 내가 게이인가 스트레잇인가, 뭔가 의문을 던지게 돼서 고민을 해봤다, 한쪽으로 정해졌다, 어머니랑 얘기를 해봤다, 이런 식으로 단순히 사건만 나열하는 건 재미도 없고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스토리라고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식의 스토리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내가 asexual이라고 생각을 했고 여자한테 아무 관심도 없었는데 집에서 부모님이 싸우셨다, 이혼을 했다, 긴장이 막 고조돼서 따로 살아야겠어, 이렇게 어머니가 말씀을 하셨더니 그때 생각해 보니까 ‘사실 나 게이인 것 같아!’ 라고 이야기를 했을 때 아까 앞에서 얘기한 거랑은 굉장히 얘기가 다르겠죠. 이 스토리라는 것은 나의 경험, 정체성이라는 것을 형성지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방금 들려드린 이야기에 여러분이 공감하는 지점이 있었기 때문이 여러분이 웃는 반응이 있었겠죠. 물론 그 이야기하는 방식이 굉장히 직설적으로 외교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이야기 했었는데요, 어쨌든 이 스토리를 통해서 과거의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지금은 어떤지 이런 나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 스토리를 이야기함으로써 정체성 형성을 할뿐만 아니라 제 자신에게 이름을 붙이는 것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 게이라고 말씀을 드렸고요, 예전에 바이섹슈얼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아까 스토리 땐 정확히 언급을 하진 않았지만 이제 그런 경험도 있었는데, 이러한 스토리를 이야기할 때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 하느냐가 내가 어떤 사람이다, 라고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해 주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죠. 저 같은 경우 개인적으로 과거에 여성과 관계를 가졌다는 게 지금의 제겐 의미 없는 경험인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의견이 다 다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내가 게이다, 라고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것이 예전과 달라지죠. 이렇게 자유롭게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지만 반대로 이 이름 속에 자기 자신을 가둬버리는 그런 효과도 동시에 있습니다. 특히 스토리를 활용해서 교육을 하려고 할 때 어떤 방식으로 어떤 내용의 스토리를 이야기 할까, 라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주의 깊게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런 스토리에는 힘이 있죠. 다른 방식의 스토리도 있는데, 동성애자들은 죄악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동성애는 병이다 이런 식의 큰 이야기를 학문적으로 이야기하면 ‘담론’이라고도 하죠. 이 이야기 혹은 담론이라는 것은 여러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것 같은 억압적인 담론이 동성애자는 아픈 거다, 라고 규정을 짓게 되면 이때 그 동성애자들은 이 담론 속에서는 낮은 지위 속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죠. 또 반대로 호모포비아의 피해자다, 라고 하게 되면 피해자의 위치를 갖게 되는 것이고, 따라서 어떤 힘으로 누르는 그런 역할도 할 수 있고 그 주체에게 힘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스토리입니다.

스토리는 개인마다 다 다르고요, 같을 수도 있겠죠. 근데 다른 경우에는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한 사람은 종교의 신자인데 또 어떤 사람은 종교에 대해서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할 경우에는 갈등이 발생할 수가 있겠죠. 그래서 이 부분이 좀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자기 스토리를 좀 공유하려고 하는데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스토리를 공유하려고 할 때 갈등이 발생할 수 있겠죠. 그래서 이 부분이 좀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런 상황에선 두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내 이야기를 계속 얘기해서 설득을 할 수도 있고, 다른 하나는 대화죠. 여기서 대화라는 것은 동등한 관계에서 각자의 스토리를 공유하고 왜 다른 사람의 스토리에서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기분이 나쁜 부분이 생기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대화와 설득은 서로 대비되는 개념으로 지금 쓰고 있습니다. 만약에 우리가 많은 사람들이 성적 다양성에 대해서 받아들이게 하려고 얘기를 한다고 했을 때 설득이라는 전략은 그리 좋지 않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마치 우리가 싸움에 나온 것처럼 태도를 취하면 상대방도 똑같이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고 갈등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우리가 대화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어떤 부분들이 서로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발견해 나간다면 그런 상호 작용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겠죠.

이런 상황이 좀 두려운 상황이긴 합니다. 마치 그림에서 보듯이 나뭇가지가 있는데 여기서 툭 떨어져 버릴지, 그 다음 나뭇가지로 안전하게 건너갈 수 있을지 사실 이 순간에는 모르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 스토리텔링이라는 방법의 전제는 이 순간에서 나옵니다. 내 스토리를 이야기하고 상대방의 스토리를 듣고 그 과정에서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면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은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어떤 상황이 발생할 수 있나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야 한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겠죠. 그것을 제가 여기 ‘사회 규범’이라고 적어 놨습니다. 물론 이성애중심주의라고 적을 수도 있는데 이 슬라이드는 제가 교육을 하거나 교사들이랑 만날 때 사용하기 때문에 그 표현을 쓰지 않고 더 말랑말랑한 표현으로 바꾸는 거죠.

그럼 그 규범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했다, 라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겠죠. 이렇게 일탈적인 행위가 나타났을 때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됩니다. 여기서 감정이라는 것은 몇 초간, 굉장히 짧게 유지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 상태라는 것을 학문적으로 설명할 때는 단시간에 일어났다가 사라져버리는 그런 현상이라고 설명합니다.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고, 몸이 굳고, 땀이 나는 이런 식의 순간적으로 왔다 가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런 접근을 교실에서 학생들이 앞에서 한다고 했을 때, 반응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싸운다고 나온다 할 때 굉장히 공격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겠죠. 아니면 뭐 소리를 지를 수도 있고요. 그리고 싸우려고 나오려는 게 아니라 이 상황에서 도피하려고 하는 직접적으로 마주하지 않으려고 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팔짱 끼고 좀 무심한 모습을 취하겠죠. 사실 회피하고 싶기 때문에 교실에서 나가버리고 싶지만 그건 안 되니까 그 자리에 있기는 한데 그냥 소통을 차단해버리는 거죠. 이런 반응 자체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 모두가 사실 뭔가 이상하다, 위험할 수 있겠다, 라고 느낄 때 다 그런 반응을 보이니까요. 그래서 이런 자연스러운 반응을 억지로 멈춰서도 안 되고 해서도 안 됩니다. 물이 막 끓고 있을 때 억지로 그 뚜껑을 덮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감정이 이렇게 쌓이면 나중에 더 심해져서 폭발할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교실에서 성적 다양성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을 때는 그런 식의 반응을 있는 그대로 허용해야 합니다. 근데 이게 사실 말은 쉬운데 실제로는 굉장히 어렵겠죠. 싸우려고 할 수도 회피하려 할 수도 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앞에 선 사람 역시 비슷한 반응을 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만약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학생이 있을 때 같이 소리를 지르면서 싸울 수도 있을 거고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를 수도 있는데 그러기 전에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게 중요합니다. 세 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그 상황 자체를 스스로 느껴보는 겁니다. 그래서 내 지금 감정이 어떤지, 내가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려고 하는지, 회피하려는 태도를 취하려고 하는지, 가만히 느껴보는 겁니다. 그렇게 느끼고 아 나도 이런 반응을 보이려고 하는구나, 라는 것을 깨닫는 그 순간 그 감정이 사라지게 됩니다. 두 번째 단계는요, 나는 느꼈는데 학생들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황은 같을 수 있겠죠. 그 상황을 그대로 지켜보는 겁니다. 그거에 대해서 옳다 그르다 판단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것. 세 번째 단계는 그 지켜본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 겁니다. 학생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일 때 ‘아, 지금 굉장히 화가 났구나.’ 이렇게 말을 해주는 겁니다. 그 말을 할 때 절대 가치 판단을 해서는 안 되고요, 본 것을 그대로 말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주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게, 이 학생은 ‘아 저 사람이 나에게 관심이 있구나, 나를 주목하고 있구나. 나를 처벌하려고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겠죠. 어쨌든 감정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표현해야 되는데 그런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겁니다. 이것은 칭찬과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 행동 자체가 잘 했으니까 칭찬을 해준다기보다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표현을 했다는 것에 인정을 해주는 의미에서 칭찬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겁니다. 특히 문화적으로 교실에서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는 그런 환경일 경우에는 이런 식의 반응을 보여주는 게 더 효과가 클 수 있겠죠.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대응할 때 가치 판단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고요,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그런 태도가 맞다, 라고 확인을 해주는 메커니즘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메커니즘을 거치게 되면 왔다가 사라질 수 있는 감정이 태도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렇게 감정이 태도로 변하는 것을 매그넘 효과라고 부르는데요, 요새 초콜릿 위에 올라가 있는 아이스크림이라는 게 있는데. 사람들이 겉으로는 여러 가지 주장을 하죠. 건강에 좋지 않다, 성경에서 금기시되어 있다, 사람들이 다 동성애자가 되면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른다, 이런 주장을 하는데 이건 마치 아이스크림의 바깥쪽만 감싸고 있는 초콜릿 같은 거고요. 실제로 그 안에는 얼음, 단단한 태도들이 있는 거죠. 그런 식의 피상적인 주장들을 이야기 할 때 그거에 대해서 논리에 대한 반박만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어요? 나중에 그랬어요?” 이런 식의 질문을 하는데 답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같은 질문들을 계속 반복할 수밖에 없죠. 다시 말하면 초콜릿, 주장들은 내면의 태도를 감추기 위한 그런 도구의 역할을 할 뿐입니다. 그런 부정적인 태도를 접했을 때는 단단하게 굳어있는 내부의 태도를 먼저 발견해서 녹일 수 있도록 접근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녹여나가는 과정이 대화입니다. 그 사람의 스토리에 대해서 물어주고 관심을 가져 주면 그 사람도 우리에게 호기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의 느낌이 뭔지 물어보고 경험을 들어주면 그 다음부터 진짜 궁금한 것, 알고 싶은 정보에 대한 질문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이런 태도가 행동으로 변할 때 어떻게 되는지 보면요, 우리가 흔히 호모포비아/트랜스포비아에 대해서 생각을 할 때 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죠. 근데 제가 여기 PPT엔 폭력이란 단어를 작게 써놓았습니다. 왜냐하면 실제 LGBT에 대해서 발생하는 행동의 극히 일부분만이 폭력이기 때문입니다. 차별은 좀더 큰 글씬데요, 공식적인 사회에서 차별이나 배제가 좀더 흔하고 지금 중요한 문제가 되어 있죠. 근데 많이 주목을 받지 못하는 사실은 부정적인 행동의 85%는 사실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적인 거리 두기’라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어떤 학생이 커밍아웃을 했다, 했을 때 친구들이 숙제도 같이 안 하려고 하고 친구도 안 되려고 하고 점심도 같이 안 먹으려고 하고 나가서 숙박해야 되면 룸메이트도 안 되려고 하는 그런 비공식적인 사회적인 배제가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 폭력이란 말에 비하면 별로 심각하지 않게 들릴 수 있는데 생각해 보면 누가 자살한다고 했을 때 그 이유가 뭘까, 하면 24시간 괴롭힘이나 폭력을 당한 것보다 그런 사회적인 배제가 훨씬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일상적으로 함께 살아가고 공부하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가 학교나 청소년에 대해서 생각할 때 단지 괴롭힘이나 학교 폭력만을 없애자, 이렇게 접근하기 보다는 다양한 방식의 사회적인 교류, 사귐에 초점을 맞추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회적인 거리 두기가 왜 일어날까요? 그건 내가 아는 사람 중에 LGBT가 아무도 없을 때 발생하는 거죠.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고, LGBT는 단지 TV에서만 보는 거죠. 그렇게 거리가 있는 관계에서만 보게 되는 것. 이렇게 TV와 같은 거리가 있는 매체에서만 접한 성소수자의 이미지가 전체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고정관념의 내용은 결국 뭐냐하면 그런 사람들은 규범에서 이탈한 것이다, 라는 거죠. 이렇게 보면 다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가 되겠죠. 각각의 부분들이 또 다른 부분들을 강화하기 때문에 상황이 돌고 돌아 더 악화되게 됩니다. 이것을 그래서 ‘사회적 배제의 악순환 고리다’ 이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LGBT 운동의 접근법은 이 고리를 어디에서 끊을 것인지가 되겠죠. 접근법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사회 규범부터 시작할 수 있겠죠. 어떤 전 국민이 보는 매체를 통해서 사회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 하는 자리에 나설 수도 있겠죠. 다시 말하자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사람들은 포용되어야 하고 어떤 사람들은 배제되어야 하는가, 그런 주제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인식 재고를 위한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사회 논쟁에 참여하는 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다른 접근법은 부정적인 감정에 대응하는 게 될 수 있겠죠. 하지만 말씀드렸듯이 감정이란 아주 짧게 지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 순간을 잘 포착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런 접근법을 활용했을 때 활동가들이나 교사들에 대한 트레이닝에 잘 활용할 수 있겠죠.

다음으로는 부정적 태도에 접근할 수 있는데 아까 말씀드린 스토리텔링같은 것을 통해서 비공식적인 교류에서 이런 태도들을 녹이고 바꿀 수 있는 그런 접근법을 택할 수 있습니다. 또 행동에 대해서 제안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괴롭힘을 금지하는 규칙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고 반대로 서로 협력해야만 하는 규칙도 만들 수 있겠죠. 예를 들어 과제를 내주는 거죠. 서로 부모님과 대화를 해보고 다양한 관계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알아오라는 식의. 그러면 여기까지 내용에 대해서 질문시간을 잠깐 갖고 여기가 교실이라 생각하고 여러분은 학생, 제가 교사가 되어서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질문부터 받겠습니다. (질문 없음)

자, 이제 여러분은 중학교 학생들입니다. 무지개행동에서 초청 받아서 이 자리에 왔고요, 저는 오늘 여기서 성적 다양성과 서로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잘 지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왔습니다. 그래서 먼저 제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는 것으로 시작한 다음에 여러분의 이야기를 같이 나누는 것으로 끝을 맺겠습니다.

제가 여러분처럼 16살이었을 때 굉장히 수줍음이 많았습니다. 그 당시 저만이 알아볼 수 있는 언어로 시를 쓴 적도 있었습니다. 시 제목이 진공청소기 안의 먼지, 쓰레기 봉지 그랬습니다. 굉장히 길어서 다 기억나진 않지만 마지막 세 문장은 기억납니다.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될지도 잘 모르겠다. 진보적인 사람이 될까? 관료주의적인 사람이 될까? 아니면 동성애 혐오자가 될까?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몇 년간은 그냥 청소기 안의 봉지처럼 살아야겠다.’ 아까 liberal을 제가 진보적이라고 했는데 정정해야겠네요. 제가 학교 다닐 때는 학생들도 다 “나는 공산주의자야, 사회주의자야.” 이런 식으로 이념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를 좋아했는데 “나 자유주의자야.” 라고 얘기하는 건 그다지 좋은 평판을 받지 않았습니다. “나 자유주의자야.” 라고 하는 것은 “나 자본가야.” 하는 것과 다름없이 받아들여졌으니까요. 또 그 당시에는 직접 행동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제가 맡았던 것은 마치 사무국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자리를 마련하고 서류 작업하고 그런 것이었기 때문에 그것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 제가 homo phile이란 용어를 썼는데요. 이 용어는 동성애자라는 표현의 조금 다른 식의 표현입니다. 16살 때 말씀드렸듯이 정체성의 혼란이 있었고 ‘나는 이런 것들이 싫어.’ 라는 생각은 많았는데 진짜 내 자신이 누구인가 정말 받아들이게 되는 데에는 조금 더 시간이 걸렸습니다.

여러분의 경우에는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진짜 내가 누구인가라는 걸 깨달았던 때가 몇 살 정도였는지 궁금하네요. 확실히 기억 안 나시면 대충이라도 말씀해 보세요.

B: 저 같은 경우에는 정체성을 받아들였던 게 23살 때였습니다.

23살 정도에 깨닫는 게 정상적인 것 같으세요?  B: 좀 늦은 것 같네요.

왜 늦었다고 생각하세요?
B: 자기 안의 그런 동성애자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없었다면 더 일찍 깨달았을 것 같은데요.

저처럼 이렇게 혼란을 겪다가 늦은 나이에 깨달았다는 것과 비슷한 각자의 경험이나 이야기가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내가 어떤 사람인 것 같다, 라는 느낌은 있는데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싫은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표현은 잘 못하겠다, 라는 그런 경험들.

B: 저의 경우에는 커서 기억을 더듬어서 생각하게 된 건데, 초등학교 2학년 때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 뒤로도 지속적으로 여자친구들한테 좋아하는 감정이 있었는데. 근데 제가 여중 여고를 나왔어요. 대학교도 여대 나왔고. 고등학교 때 서로 좋아하는 커플들이 많았거든요. 그리고 저도 저랑 두 살 차이 나는 여자 선배하고 굉장히 편지를 주고받는 그런 관계였는데요. 그 선배랑 잔디밭에 앉아서 그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어떤 얘기였냐면, “여고가 이래서 문제다, 여고만 다니니까 여자애들끼리 서로 좋아하고 그런다.” 하는 얘기를 편지로 주고받았어요. 이렇게 지내놓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즈음에는 남자들도 사귀어보고 만나본 사람들도 있고 그랬었는데, 그러다가 대학교 1학년 때 어떤 여자친구한테 고백을 받았는데 그때 제 감정이 굉장히 혼란스러웠어요. 그때 감정은 고등학교 때까지의 감정과 다른 감정이었고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았고.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 굉장히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습니다. 그 친구에게는 제가 약간 거부를 하면서 밀쳐냈죠. 그러다가 그 해 마지막 즈음에 가서 인터넷에서 커뮤니티도 보고 저도 자연스럽게 생각하면서 조금 저 스스로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됐고요. 그래도 섹슈얼한 관계에 대해서는 그때까진 좀 거부라기보다는 보수적인 태도가 있었는데, 그걸 바꾸게 된 건 24살 때였죠.

잘 들었고요, 특히 앞부분에 대해서는 질투도 났습니다. 저도 그 나이 때 그런 느낌을 가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네요. 그리고 고등학교 때 겪었던 혼란들과 그런 관계들에 대해서 들었을 때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느낌들이 있었는데 이게 어디서 오는지도 알 수 없었고, 어떤 경우에는 ‘나는 왜 아무 감정도 없을까?’ 라고 의문을 가지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아까 그 시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을 때 진공청소기로 비유했던 건데. 지금 궁금한 게 거부감, 또는 보수적인 태도라는 느낌들은 왜 어디서 왔는가, 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지금 굉장히 재미있는 대화였는데 잠깐 멈춰보고, 이런 대화가 이뤄진 과정을 얘기해 볼게요. 제가 스토리를 얘기했을 때 분명히 여러분과 연결되는 지점, 공통적인 부분들이 있었죠. 제 느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제가 겪었던 사회적인 압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고요. 그런데 그 내용이 동성애에 대한 부분도 있지만 꼭 그것만은 아니죠. 다른 이야기들도 함께 있었기 때문에 여러분의 느낌과 스토리와 공통점, 연결되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그런 부분에서 시작해서 지금 나영 씨가 굉장히 긍정적으로 그런 태도로 이야기 해주셨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 자신과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고 이 자리에 있는 다른 참석자들과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물론 우리의 이야기는 다르지만 공통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방금까지의 상황은 굉장히 잘 풀린 케이스인데 실제는 안 그런 케이스도 많기 때문에 이제 반대의 상황도 만들어 보겠습니다. 제가 불편할 수 있는 질문, 공격적인 질문을 한 번 해보시길 바랍니다.

C: 동성애자가 안 되려고 노력을 왜 안 하셨죠?

왜 노력 안 했느냐고 하셨는데 사실 아까 이야기를 보면 제가 한 7, 8년 정도 동성애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고민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끓는 냄비의 뚜껑을 닫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억누르고 있다가 감정이 점점 더 커졌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택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을 했죠. 저 같은 경우에는 좀 특이할 것일 수도 있는데요, 어느 날 밤에 침대에 혼자 있으면서 굉장히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지금 도대체 어떻게 되고 있는 거지?’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요. 그 당시는 제가 교사가 되기 위해서 연수를 받고 있던 때였는데요, 당시에 저랑 같이 교육을 받고 있던 남자들도 있었고 여자들도 있었고 했는데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지금 나한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라고 상상을 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해 봤어요. 학교에서 매력적인 여학생이 있는데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상황도 생각해 봤고요. 그 여학생에 대해서 계속 생각해보려고 노력했는데도 뭔가 우리 사이에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거예요. 그런데 어느 날 눈에 띄었던 남학생에 대해서 아주 잠깐 생각을 해봤는데 굉장히 그 생각이 멈추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깨달았죠. ‘아, 이걸 내가 계속 억누른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 그런 고민들을 했던 것 자체가 게이를 아무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딱 한 명 있긴 있었는데 저보다 2살 많았고 교사 연수를 받는 학생 중에 한 명이었는데 복도에서 걸어 다닐 때 항상 자세가 특이했기 때문에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때 했던 생각은 ‘내가 아는 게이라면 저 사람 한 명밖에 없는데 난 저렇게 되기는 싫어.’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날 밤에 고민을 한 다음에 그 사람에게 전화해서 이야기를 좀 하자, 이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 반응이 ‘미안해, 미안해.’ 이런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뭐가 미안해?’ 그랬죠. 그 이유가 뭐였냐면 그런 특이한 걸음걸이뿐만 아니라 잔인하고 시니컬한 그런 식의 농담들을 하고 다녔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혹시 기분이 나빴느냐, 이렇게 생각했던 거였습니다. ‘그것 때문이 아니고 내가 스스로 게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할 사람이 당신밖에 없으니까 전화를 한 거다.’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랬더니 반응이 ‘근데 왜 하필 나하고 얘기를 하려고 하느냐. 나 역시 나 자신에 대해서 확신도 없고 그다지 롤모델이 될 사람도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우리 둘 다 불안하고 확신이 없으니까 술 좀 마시고 얘기해 보자고 했습니다. 그 두 살 많은 학생과 같은 반응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요, 소위 전형적인 게이의 모습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차별받는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그런 반응의 일종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게이인 것 같다고 느낄 때는 ‘나 진짜 남자가 맞나? 남자가 아닌 거 아닌가?’ 그런 의문을 갖게 됐죠. 저 역시도 여성스러운 옷을 입어보고 화장도 해보고 그런 과정을 거쳤는데 해봤는데 그다지 재미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깨달은 게 내가 남자라고 스스로 정의를 내릴 때 예전처럼 그 정의가 엄격한 것이 아니어도 되겠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중요한 게 뭐라고 이름을 붙이든 간에 자기 스스로 어떻게 정체화 하는가, 그게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 이제 부정적인 상황을 만들어 봤는데, 이 상황에서 제가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를 했죠.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을지 상상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학생이 부정적인 질문을 했는데 스토리를 이야기했죠. 그럼 이야기를 듣는 학생은 어떤 느낌,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요. 한 번 직접 말씀을 해보시죠. (제가 한 질문은 다 잊어버리고요. 그냥 이야기, 경험에만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를 할 때 어떤 거부감을 가질 수 있는 지점이 있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서 하나씩 짚어가면서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단단한 태도를 녹일 수 있는 접근법을 취했고요. 자꾸 농담을 해서 웃기면서 긴장을 풀 수 있게 하려는 의도적인 그런 장치였습니다. 그리고 또 이야기를 하면서 제 스스로 불안감을 느꼈다, 확신이 없었다, 라고 얘기했기 때문에 듣는 사람은 게이의 이야기라기보다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느낄 수 있었겠죠.

실제 교실 환경에선 좀 다를 수 있어요. 통역도 있고 하니까 혼자서 길게 이야기 하게 되는데, 실제로는 짧은 질문 답 질문 답 계속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 되겠죠. 자 뭐, 그런 식의 질문 다른 거 한 번 시도해 볼까요?

D: 이런 게 있을 것 같은데요, 한국적인 특성이긴 한데, 북한에서 와서 동성애를 확산해 남한 정부를 정복하기 위해 에이즈를 일부러 감염시키려고 하는 게 아닌가 이런 질문은?

굉장히 흥미로운 음모론이군요.
D: 우리나라에선 자주 하는 소리입니다.

흥미로운 음모론인데요, 그 질문에 대해서 묘사한 각각의 단계나 상황들이 생생한 내용이기 때문에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딱 드는 생각이, 대체 그런 복잡한 생각이 어디서 나오게 된 건가 하는 게 궁금해지고요. 제가 보기엔 북한 병 이런 서로 관계가 없는 것들을 하나의 이야기에 집어넣을 수 있나, 다른 데서 들은 건가, 책을 읽어서 알게 된 건가, 그거 자체가 궁금해졌습니다.

D: 교회에서 기자회견도 하고, 사실 우리나라에서 그런 식으로 선전전을 교회에서 많이 하기도 하고 진짜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 게 한국 현실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대응할까 생각해보겠습니다. 지금 이 질문이 바깥에는 초콜릿이 있고 안에는 단단한 얼음이 있는 그 케이스에 아주 전형적으로 해당이 되는데요. 그 질문 자체, 그리고 질문에서 얻고자 하는 정보는 다 바깥에 있는 것뿐이죠. 지금 깊이 들어가 보면 부정적인 태도가 있는 건데요. 말하는 방식 자체도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이런 식의 질문을 할 때 사람들은 무표정하고 침착한 태도를 겉으로 취합니다. 말도 차분하고, 자세도 공격적이지 않게 하면서 논리정연하게 말하는 것처럼 질문을 하는데 그래서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중요한 건 위협감을 느끼지 않고 속에 있는 부정적 태도를 내가 부드럽게 만들어야 되겠다, 라고 생각을 먼저 해야 합니다. 아까 보여드렸던 한 가지. 그런 태도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농담을 하는 겁니다. 근데 여기서 농담을 할 때도 질문자에게 불쾌함을 줄 수 있는 농담을 하면 대화 자체가 불가능해지니까 다른 농담을 생각해야 합니다.

일단 가장 기본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말씀드리자면 방금 제가 했듯이 ‘그렇게 복잡한 이야기를 도대체 어떻게 생각해 냈느냐’고 먼저 ‘놀랍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이런 반응을 보이고요. 정말 자기 깊은 곳에서 나올 수 있는가, 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 다음 단계는 열린 질문을 던지는 겁니다. 닫힌 질문은 ‘예/아니요.’로만 대답이 끝나는 것 아니면 어떤 사실을 ‘안다/모른다.’라는 건데, 열린 질문은 질문을 받은 사람이 자신의 스토리를 풀어놓을 수밖에 없는 그런 질문이죠.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어디서 처음 접하셨어요?’ 이렇게 물어봤죠. 그러면 질문 받는 사람은 ‘아 내가 어디서 처음 접했지?’라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은 질문자의 의도는 여러 가지 복잡한 스토리가 있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그런 거죠. ‘너는 빨갱이야.’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거죠. 그래서 만약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나 빨갱이 아니야. 나는 HIV 보균자가 아니에요. 감염인이 아니에요.’라고 이야기를 하면 그것은 잘못된 대응이 되는 겁니다. 왜냐하면 그런 정보를 줘봤자 어차피 듣지도 않기 때문이죠. 나중에 언급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정보를 주는 게 아니라 질문한 사람의 생각, 의도 자체를 스스로 성찰하게 만드는 것. 이 부분이 교육을 하는 입장에 있을 때 중요하고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나는 종북이 아니다. ~가 아니다.’ 이렇게 얘기하고 싶죠. 실제 사실이기도 하고. 그런데 그 순간 충동을 억제하고 다른 방식을 택해야 되는 겁니다.

그러면 꼭 부정적인 게 아니더라도 아무 질문이나 하나 받아보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예 닫힌 상태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의 상태, 아까 그런 거였기도 한데. 예를 들면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도 당신은 그렇게 살 수 있는데 그걸 왜 다른 사람들한테까지 전파하려고 하느냐, 왜 사회가 혼란스러워지게 이런 걸 교육하고 다니느냐,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 아 그리고 너는 그렇게 계속 살아가, 나는 계속 싫어하겠다, 아니면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너는 그렇게 살아라. / 아니면 싫어하는 것도 나의 권리다, 이런 얘기 등등.)

일단 그런 반응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한테 나오는 반응은 아니긴 한데 분명 그런 이야기도 하죠. 그래서 실제 어떤 그룹이든 간에 변하는 정도에 차이는 있습니다. 제일 빨리 변하고 실제 상황에 적응하는 소위 얼리 어답터라고 할 수 있는 20% 정도가 있고 훨씬 더 큰 중간 정도의 그룹이 있고요. 그리고 적극적으로 반감을 표하는 10%에서 20%의 그룹이 있고. 어떻게 해도 변하지 않을 사람들은 항상 있기 마련입니다. 어떤 교육을 하고 잘 풀리면 가장 변화에 잘 적응하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겠죠. 그리고 그 다음에 더 어려운 건 중간 정도의 수용성을 가진 사람들이 됩니다. 이런 사람들은 의사 표현을 잘 안 하고 조용하게 있어요.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어떤 사회 규범에 순종해야 된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만약 교육을 다 했는데 마지막에 그런 식으로 마무리를 한다 하면 일단 제일 중요한 건 자기 자신에 대해서 확신을 갖고 당당한 태도를 끝까지 잃지 않는 겁니다. 먼저는 아까와 똑같이 그것도 그 학생의 표현이니까 표현할 공간을 줍니다. 그 말을 할 수 있는 권리도 있는 거니까. 하지만 동시에 계속해서 나는 내 방식을 고수할 것이고 이런 이야기를 계속 해나갈 것이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겠죠. 그리고 그 사람한테 ‘어떤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태도가 안 변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그런 사람들이 문제인 거다.’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설명한 것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는데요, 일단 그 말을 딱 듣고 생각한 게 ‘아 이거에 대해서는 지금 답하는 게 불가능할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그 말이 나오자마자 사람들이 다 웃었고 그 질문한 사람의 생각과 어느 정도 공감한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죠. 이런 식의 발언을 한 사람에 의해서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어떤 그런 주장에 동감하는 분위기가 생겨버리죠. 그런 반응이 나올 때 앞에 서 있는 사람은 힘이 빠지고 두려운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한국에 와서 다양한 그룹들을 만났고 어제도 워크숍을 했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어요. ‘아 그런 건 한국의 상황에서는 안 될 것 같다.’ 아니면 ‘이렇게 하면 분명 이런 반응이 나올 텐데 어떻게 하지?’ 그래서 굉장히 두려운, 힘이 없다는 느낌들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이런 반응이 나올 때 세 가지 단계가 있었죠. 첫째는 역시 확신을 잃지 않는 겁니다. 저 사람이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내가 갑자기 힘이 없어졌다고 느낄 이유는 없는 거니까 그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는 게 첫 번째 단계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단계는 ‘그렇다면 적대감을 갖고 있는 건 저 사람의 문제다.’라고 생각했으니까 ‘왜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까?’하고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는 거죠. 그 사람이 말하는 내용과 방식을 잘 관찰하면서 도대체 왜 그럴까하고 생각하는 거고요. 세 번째는 그 사람 반응에 따라서 적절한 행동을 취하면 됩니다.

아마 지금 이야기 들으면서도 ‘네덜란드에서 활동했으니까 쉽게 이야기 하겠지, 한국에서는 달라.’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이런 상황을 많이 겪었는데 네덜란드에서도 특히 무슬림 학생들이랑 이야기를 할 때 그런 식의 반응을 보이기도 해요. 누구나 다 인권이 있는데 동성애자는 사람이 아니니까 인권이 없다, 이런 식의 반응도 있거든요. 또는 어떤 교육부 관계자가 와서 ‘지금 교과서에 남자와 남자가 같이 있는 그림이 있는데 이거 빼면 안 되느냐? 이런 걸 넣으면 읽는 학생들한테 동성애가 정상이라고 강요하는 거 아니냐?’ 이런 식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는데 여러분도 아마 많이 겪으실 거예요. ‘아 또 이런 반응이구나. 힘 빠져.’ 이런 반응들을 하시겠죠. 그래서 결국은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이 문제가 있는 거고 그들이 혐오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문제지 내가 문제가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이 사람들을 좀더 사고방식을 유연하게 해주는 의사 역할을 하는 거야.’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자신감이 굉장히 중요하고요, 훈련을 통해서 점점 키워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또 이 과정에서 따로 하는 게 아니라 서로 힘을 주는 게 중요합니다.

E: 생각이 난 건데 한국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내 앞에 있는 학생이라든가 항상 예뻐하는 학생이 있잖아요. 바람잡이처럼 그런 학생이 있으면 한마디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심어놓는다는 건 처음 들었고, 가능할까라는 생각은 들었는데요. 비슷한 경우는 있습니다. 우리가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한 시간 정도 공부했는데 인도네시아에서는 스토리텔링만 가지고 이틀 정도를 했거든요. 굉장히 많은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을 진행할 수 있는데 맨 처음에 어떤 기본적인 스토리를 들려주거나 게임 같은 걸 학생들에게 시켜서 학생들의 최초의 태도가 어떤지를 진단해보는 거죠.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태도가 있거나 혹은 긍정적인 태도가 있다는 걸 파악해서 그 다음 시간 때 그런 학생들의 기본적인 태도들을 좀 활용하는 방법은 가능할 것 같아요.

F: 이렇게 면대면으로 직접 하는 스토리텔링 말고 언론을 통한다든지 그러는 좀 간접적인 스토리텔링 하는 때가 있다고 치면 그때는 예를 들어 차별금지법 같이 사람들이 이 사람들은 종북이고, 에이즈 감염인이 몇 퍼센트고 이런 틀린 이야기들을 할 때 우리가 ‘~해서 아니고, ~해서 아니다.’ 이런 방식 대신에 뭔가 개인적인 얘기를 하는 걸로 해야 될까요?

그런 식의 간접적인 스토리텔링도 가능할 것 같아요. 말씀하셨듯이 어떤 그런 질문들을 자신의 편견을 감춘 상태에서 혐오를 표현만 하는 사람들에게 아무리 Q&A 이런 리스트를 만들어서 제공해줘도 아무 소용이 없을 거고. 정말 그런 질문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 그런 걸 보겠죠. 그래서 어떤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누그러뜨리려면 미디어에 얘기하는 기고나 이런 거에도 논리적인 주장 혹은 반박 이런 것뿐만이 아니라 일상에 대해서,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으면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꼭 내가 게이이다, 이런 걸 밝히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나는 어떻게 생활한다, 이런 걸 이야기할 수 있는 거죠. 나는 최근에 선거에서는 어느 당을 찍었는데 사실은 보수적인 정당이었다, 아니면 내가 예전에 기독교인이었는데 교회에서 하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안 다니게 되었다, 등등 이런 사람으로서 편견을 가진 사람들도 충분히 사람인 걸 느낄 수 있게 하는 스토리들을 집어넣으면 조금 더 거리를 좁히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아무리 이렇게 해도 애시당초 편견이 너무 많고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잘 읽어보지도 않겠죠. 그런 부분은 인터넷이나 매체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인 것 같아요. 제일 빨리 변하는 사람들, 규범에 순종적이고 가장 큰 숫자에 해당되는 사람들, 그 다음에 어떻게 해도 변하지 않으려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이 제일 목소리가 크니까 이 사람들이랑 싸우려고 하고 대응하려고 하기가 쉬운데 사실은 변화를 위한 전략에서 기본은 이쪽은 아예 무시하는 거고요. 제일 먼저 우리 편이 되기 쉬운 사람들을 같은 편으로 만들고 이 사람들과 협력하고 그 다음에 이 사람들이 앞서가고 fashionable한 사람들이니까 가운데의 제일 많은 사람들을 따라오게 하는 게 1단계, 2단계고요. 여기까지만 끌고 와도 80%는 우리 편이니까 맨 뒤에 어떻게 해도 안 변하는 사람들은 10년 후 혹은 이후에 우리 편으로 들어올 거라고 이렇게 접근해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 활동할 때도 변화에 적응하기 쉬운 사람들이랑 하는 게 훨씬 더 나아서 안 변하려는 사람들이랑 하다 보면 우리가 짜증만 나죠.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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